2009년 10월 04일
2009. 10. 04



우리가 매일, 매년, 어떤 특정한 일이나 행사를 챙기는 이유는 그 '명시적 행위 사항'을 통해 손가락 사이의 모래처럼 흘러가버릴 생활의 시간을 부단히 '의미'에 비끄러매고, 어딘가 공중으로 흩어져버릴 것 같은 자신의 내면을 조금 더 견고한 외형을 가진 사물(태)에 고착시키기 위해서일 것이다.
'추석'이라는 연중행사가 그렇게 갔다. 그리고 이제 나는 다음 해야 할 일과 일정을 챙기고 있는데, 그렇게 해야만 나른하고 멍하게 누린 요 며칠간의 호사, 그 덕분으로 얻은 불안한 마음이 다소 안정되기 때문이다.
사진 1은 지난 9월 25일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갔다가, 이인범 전시 총감독의 추천으로 귀경 직전에 들른 상당산성에서 우연히 발견한 꽃이다. 어느 대중식당의 마당에 핀 아주 커다랗고 잎이 풍성한 꽃인데, 그곳 주인으로부터 꽃 이름을 물어 들었으나 잊었다.
사진 2는 광주 부모님 집에서 차린 올 추석 제례 상이다. 제사 후 음복하던 와중에 큰 오빠가 찍는 걸 보고 따라 찍었다. 찍으면서, 문득 태어나 처음 우리 집 제사상을 객관적으로(objective) 보고 있다는 생각.
사진 3은 지난 9월 26일 있었던 학회 뒤풀이에서 모 선생이 나를 보고 '못생겼다'해서 나중에 찍어 본 것. 물론 그 선생의 의도는 그 말 뒤에 따라 나온 '멋있다'는 말을 앞의 말과 대조적으로 강조하는 데 있었지만, 면전에서 그런 소릴 들으니 '과연 그런가?'하는 불편한 심사가 든 것이 진심이다.
이래저래 요즘은 어떤 일에도 집중하기가 어렵고, 별로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일도 나쁜 결과나 좋지 않은 상황으로 이어지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섭섭한 소리나 비판 혹은 불평을 듣는 일이 잦다. 게다가 나 스스로를 돌아봐도 무능력, 무기력한 상태여서 더 못나게 여겨진다. 요 며칠의 표지판 같았던 추석 연휴가 지나고, 이런 심신 상태로 밀려있는 일과 일정을 맞닥뜨려야한다는 사실에 머리가 개운치 않다.
# by | 2009/10/04 14:46 | 사생활 | 트랙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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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열어라. 그래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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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처를 잠시 옮기느라 격조했습니다. ^^
자신이 objective하게 보이는 경험은 어떤 것일까요? 전 어쩐지 꽤나 쾌적한 느낌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그간의 격조함과 자신에 대한 선선한 시선이 잘 어울리는 댓구를 이루는 것 같아 좋네요.
음 제가 꿈꾸던 세상인 것 같긴한데...아무리 비싸고 아무리 원했던 것이라도 왠지 이뤄지면 허탈한 느낌있죠?
딱 그렇습니다.
필동기자 님의 "진화"를 궁금해 하는 1인! ^^
그나저나 평론가님의 매서운 눈초리는 역시....
부암동에서 제가 좋아했던 장소는 청운동공원까지 뻗어있는 북악산 성곽위인데
한여름에 밤마실로 자정쯤 소나무 아래의 성곽에 측와를 한채로 서울의 전경을 바라보면 신선이 따로 없었죠.
요즘은 추워서 안되겠군요 ㅎㅎㅎ
ps.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언데 출판사 rizzoli에 '소반' 관련 책을 내보자 문의할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리졸리에서 한국의 소반을 다룬 책이 나온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조선 문인의 지적 표상물로서, 혹은 서민의 음식문화를 엿 보는 한 켠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