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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s, Epigenesis, 그리고 인문학의 학제 연구에 대해 June1~Nov30 2021@CMU,Fulbright


October (2021) (175): 3–4.


OCTOBER no. 175에 수록된 논문 중 1. David Joselit“NFTs...”2. Catherine Malabou“On Epigenesis”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조슬릿의 글은 다시 읽어도 논의의 폭과 담론의 균형 면에서 비판할 부분을 모른 척 하기 어렵다. 물론 미술사적 관점에서 조슬릿의 논점은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다. 뒤샹의 레디메이드가 만들어낸 오브제/물질/질료의 개념적 탈승화(conceptual desublimation)’2020년부터 국제적으로 미술시장을 흔들고 있는 NFT 열풍을 연결시키고, 후자를 전자의 전도이자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정보에서 사유재산을 추출하는 후기자본주의 상품화 서클의 완성으로 비판한 점이 그렇다.

하지만 그가 뒤샹의 초기 레디메이드가 아닌 가장 복합적이고 은밀한 유작인 에탕 도네(Étant donnés, 1946-66)를 내세워서 NFT를 비판하는 대목은 학술적으로 나이브하다. 이를테면 조슬릿은 에탕 도네에서 재생산에 저항하는그 작품의 물질적 존재와 감상자가 감상을 위해 필라델피아미술관까지 직접 가서 그 작품에 몸을 맞춰야 하고, 물질성을 회피하지 않아야하는 미적 수용의 특수성을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과 비교한다. 그 직접적이고 신체적인 경험이야말로 진정하게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이상 David Joselit, “NFTs, or The Readymade Reversed”, October 2021; (175), pp. 34. 인용은 4).

이는 인문학적 서술로야 근사하고, 특히 컴퓨터공학이나 최근의 테크놀로지 연구와는 관심도 거리도 좀 먼 예술 독자들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논법이다. 그러나 분명 조슬릿의 논의에서 이론적 시점은 편향되었고, 서술 내용은 해당 비판을 펼치기 위해서 적어도 사전에 해야 할 관련 분야와의 교차 검토 없이 전개되었다. 덕분에 글은 매우 논리가 선명하고 속도감 있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그와 동시에 컴퓨터 공학적 배경에서의 대체 불가능성, 기술적 요건, 그 기술의 목적과 사용에 대한 분석은 전무하기에 독자 입장에서는 논의의 한쪽 면이 어두컴컴한 채로 이해를 강요당하게 된다.

이제까지 나 또한 조슬릿과 유사한 인문학적 비평, 비판적 사유의 논법으로 예술 평론과 미학적 주장을 펼쳤(고 분명 독자 또한 그렇게 읽어왔을 것이). 그러니 여하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제 연구(interdisciplinary studies)가 벌써 수십 년의 역사를 쌓은 지금, 한쪽 학문의 관점으로 상호 관계하는 다른 분야들의 실체를 주관적으로 재단하는 연구는 더 이상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특히 지적 영향력과 학술적 수용의 면에서 그렇다.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조슬릿의 글과는 달리 같은 호에 실린 카트린 말라부의 후성 유전학관련 철학 담론은 담론의 정밀성이 있고 지적 교차가 균형 잡혀 있다.



October (2021) (175): 109–144.

Key & Kindness June1~Nov30 2021@CMU,Fulbright




SCS Building Facilities Department 직원에게서 연구실 열쇠를 받았다. PhD 두 명과 공동 사용인데 그들과 컴퓨터 공학 관련해 공부하고 대화할 수 있다면 좋을 일이다. 지난 주 목요일 이메일로 방문 약속을 해두고 컬리지 오브 컴퓨터 사이언스(SCS) 건물에 있는 그 사무실도 확인해 두었기에 바로 가서 쉽게 받을 수 있었다. 열쇠는 파란색 볼펜으로 내 이름이 적힌 작은 노란봉투에 담겨서 내게 전해졌다. 그것을 건네주는 루크의 간단한 응대에 나는 흥미롭게도 환영 받는 기분이었다. 그에게서 어떤 의심이나 경계도 느낄 수 없었고, 오히려 예를 들면 자기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어떤 교수가 부주의하게 열쇠를 잃어버리고는 새 열쇠를 달라고 해서 만들어준 듯 한 심플한 태도였기 때문이다. 피츠버그, 특히 CMU에서 느끼는 특성 중 하나가 이와 같이 사전에 신청하고 약속하면 어떤 특별한 문제도 없이 일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만의 느낌일 수 있지만, 다들 친절한 태도와 간단명료하되 적극적인 문제 해결 자세를 취한다. 나처럼 이곳이 아직 낯선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관계 맺기가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열쇠를 받은 다음 새로운 미션이 생겼다. 바로, 연구실로 들어가는 내부 복도의 출입 등록을 추가로 해야 한다는 점. HUB에서 처음 등록한 ID 카드로는 일단 도서관을 비롯해 대학 건물 내부 출입이 어디든 자유롭지만, 내부의 내부, 즉 교수 연구실과 실험실에는 별도의 등록이 필요하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별로 힘들거나 오래 걸리지는 않았는데 중간에 오류 정보가 있었다. 만약 그것이 나를 힘들게 했다면 여기 적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그것이 내게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또 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어 고맙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RI 복도에서 마주친 남자(아마도 박사과정생일 것 같은)에게 내부 복도로 들어가는 법을 물었을 때 그는 자신의 카드로 일단 문을 열어주고 HUB로 가서 추가 등록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HUB에 가서 물어보니 자기들은 대학 전체 액세스의 등록을 담당하고 내부의 내부 접근은 각 단과대 단위로 등록하는 문제였다. 그것을 설명해주는 행정 직원 옆으로 어떤 학생(그녀는 아마 자신의 ID카드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중인 듯했는데)이 문득 나서서 친절하게 자신의 휴대폰 화면까지 내게 보여주며 “SCS Bldg Facilities Dept” 메일로 연락하라고 알려줬다(그런데 어떻게 그녀는 내가 SCS 소속인지 안 거지? @@). 나도 이미 알고 있는 이메일 주소였고, 사실 HUB로 오기 전에 루크에게 다시 들러서 물어볼까 하다가 일단 그 박사과정생(처럼 보인)의 말을 따라보기로 했던 것이다. 다시 루크에게 가 상황을 설명했더니 “Let me check it”하더니 바로 해결해주며 오히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 했다. 물론 나 또한 괜찮다는 답변을 하고 연구실로 돌아왔다.

만약 이 같은 상황을 서울에서, 내가 소속된 대학에서 겪었다면 분명 나는 화가 나거나 매우 불편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조심스러워져서인지, 내 마인드가 달라져서인지 이와 같은 일들을 별다른 심리적 노력 없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다행이고 또한 앞으로 유지하고 싶은 마인드이기도 하다


애도. 재난이 왜 반복되는가? June1~Nov30 2021@CMU,Fulbright



Destruction of Learning Research & Development Center, University of Pittsburgh photo by sumi Kang, June 10, 2021

Destruction of Learning Research & Development Center, University of Pittsburgh photo by sumi Kang, June 10, 2021


69일 광주 학동에서 일어난 엄청난 사고에 안타까운 마음 가득하다. 멀리서 듣는 한국의 사고 소식, 게다가 내 고향인 곳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일에 할 말을 잃었고 어떻게 위로를 전해야할지 모르겠다.

아무런 잘못 없이 무고하게 희생된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또한 다친 분들이 조속하고 완전하게 회복되어 일상으로 복귀하시기를 바란다.

철거 공사가 계획부터 시공까지 엉터리였다는 기사를 읽었다. 인근의 한 시민은 철거공사가 안전 규정을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지난 4월부터 국민신문고와 동구에 민원을 제기했다는 뉴스에 기가 막힌다.

감리 책임자는 사고 당일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고 하고, 공사 허가 과정의 문제와 공무원의 민원처리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참사 현장을 찾은 법무부 장관이나 국토교통부 장관은 방명록에 사인하는 사진이 그의 할 일을 대신하는 듯 하고....

도대체 어떤 정책적 안일함과 기업의 탐욕, 현장의 방만함과 무책임이 이러한 참사를 만드는가? 재개발 현장 주변의 안전을 관리하고 지켜내야 할 책임자들, 그것을 담보할 기술적 방식과 규칙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존재하기는 하고, 작동하기는 했는가?

참사 뉴스를 피츠버그의 새벽 시간, 자다가 문득 깨서 한국 포털 사이트에서 접한 나는 당일 오후 Pitt 캠퍼스 인근을 걷다가 예전에 이 대학이 ‘Learning Research & Development Center’로 썼던 초대형 건물을 해체하는 현장을 봤다. 자세한 내막과 그들의 재개발 방식을 나로서는 전혀 파악할 수 없지만, 그 현장을 마주하면서 202169일 대한민국 광주의 재건축 현장에서 일어난 비극의 어처구니없음을 비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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